빈곤의 한계
부자와 가난한 자를 나누는 잣대는 지극히 자의적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부자와 가난한 자를 구분해버린다. 미국에서 결식 아동을 조사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그 비중이 20%에 달하였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 생각보다 많은 비율의 결식아동이 조사되었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헛음웃이 나온다. 결식아동으로 분류되는 기준은 다음의 설문 내용에 근거한 것이다.
당신의 가정은 돈이 너무 없어서 먹을 것을 사지 못한 적이 있습니까?
당신의 자녀는 식품을 살 돈이 충분하지 않아 적게 먹어야 합니까?
당신의 자녀는 내가 고프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습니까?
위와 같은 질문에 일정 개수의 ‘예’라는 대답이 나오면 그 가정의 아이들은 굶주린 것으로 분류되었던 것이다.
개인을 국가로 확장하여 생각해보아도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누는 기준은 성장률, GDP 등 소득에 기반한 지표가 있다. 그러나 소득과 상관없이 삶의 만족도가 높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중국과 같이 급격하게 소득이 증가하는 나라는 선진국 및 후진국의 이분법으로 분류하기 곤란하다. (물론 개발도상국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 영국이나 일본처럼 과거 세계를 호령하였지만 현재는 경제 침체기에 도달하여 더 이상의 비전이 없는 국가도 있다.
지난 기후협약회의 때 도출된 코펜하겐 어코드에 따르면, 후진국은 선진국의 기술 및 자금을 지원받아 녹색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 조항은 지원규모, 지원방식 등 민감한 사안으로 인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어느 나라가 지원을 해주어야 하며 어느 나라가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선진국과 후진국의 구분 기준이 애매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녹색성장을 살펴보자.
과거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은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지구 환경을 파괴했지만 양적으로 성장하였고, 환경 문제가 표면적으로 대두되면서 후발주자인 중국, 인도 등에게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오라를 죄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선진국의 논리가 과연 정당하다고 볼 수 없지만 인류의 미래 생존이 달려있는 상황에서 배출 제한의 구속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후진국들에게 고하되, 녹색성장 시대에 빠르게 경제 체질을 개선하여 녹색 본 궤도에 오르면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다고 한다. 녹색성장을 통해 모두가 다 잘 사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빈곤의 한계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결식아동 비율이 터무니없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듯이, 운하를 오가는 배가 어떤 수위에서든 물 밑에 잠기는 부분은 항상 일정하듯이, 빈곤도 우리가 얼마나 부유해지든 상관없이 개념 규정에 의해 항상 변함없이 남아 있게 된다.
부의 기준은 상대적이다. 녹색성장은 다가오는 미래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주목받고 있다. 누구나 녹색성장을 통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후진국이 선진국화된다고 하더라도 높아진 삶의 기준으로 여전히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것이다. 즉, 녹색성장을 잘 살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한다면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녹색성장의 진정한 가치는 인류의 번영과 행복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사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나라들이 성장에 대한 진통을 겪고 있다. 침체의 돌파구를 마련해주는 녹색성장이 적절한 솔루션으로써 다가온 것이다. 너도나도 녹색정책을 남발하면서 목적이 수단화되고 있으며, 본연의 의도가 퇴색해버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처럼 보이는 양적 성장의 잘못된 녹색 꾀임에 빠지지 말고, 질적 성장을 통한 절대적인 행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빈곤은 없어지지 않지만, 행복은 영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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