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지속가능한 재(再) 사용
▲ 2040년 철거되고 있는 자하하디드 동대문 디자인역사박물관, 박은선
Dongdaemun design& histoty park (designed by zaha hadid), which being demolished in 2040
http://www.listentothecity.org
이 작품을 접했을 때의 충격이 새삼 떠오른다. 각자의 판단에 맡기기 위해 인습과 전통을 구분하는 잣대가 다른 데서 오는 이해관계에 대한 주관적인 글은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지난 날의 흔적을 슬기롭게 활용한 사례를 건축물 중심으로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 Idol Factory
http://www.buzzardblog.com/
위 그림은 공장의 초창기 전형적인 모습이자 인간과 현대 문명의 관계 또한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림이다. 인간을 위한 문명일까, 문명을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걸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보다 변하지 않는 진리가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발견’보다도 어려운 것이 그것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성기는 언제나 일정한 하향선 그래프를 긋는다. 하지만 그 마지막 정점에 또 다른 펜으로 새로운 곡선을 긋는, 세월의 흐름 앞에 당당히 재탄생한 아래의 예를 보자.
▲ 화력 발전소에서 갤러리로, Tate Modern, London, UK
▼ 기차역에서 미술관으로, Orsay Museum, Paris, France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로 손꼽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갤러리는 매년 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의 발걸음을 붙든다. 영국 런던의 템즈 강변에 위치한 이곳은 1981년 폐쇄된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하여 2000년에 개관한 곳이다.
이에 앞서 1986년에 개관한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 Orsay Museum)는 본래 기차역이었던 곳을 활용하여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예이다. 본래 1900년부터 1939년까지 오르세 역은 프랑스 서남부를 잇는 최고의 네트워크였고, 부속 호텔에서는 중요한 연례 행사나 회의가 열렸던 곳이었으나 1939년 이후부터 시대적 흐름에 따른 운행 시스템의 변경으로 더 이상 플랫폼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기차역 특유의 구조를 지닌 탓에 무용지물이라는 여론이 거세가던 무렵, 프랑스 정부 소속 박물관 국에서 이 곳에 새로운 미술관 건립을 제안했고, 이것이 승인되어 이후 1978년 정부에 의해 '역사 기념물'로 지정된 이 구 기차역은 재구성되어 1986년 개관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것이다.
▲ 영화 <The Living Daylights, 1987>
앞서 두 곳에 비해 덜 알려진 오스트리아 비엔나(Vienna, 빈Wien)의 가스 저장소 역시 대변신의 사례로 꼽히는 구조물이다.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 영화 시리즈인 007영화 시리즈 중 15탄에 해당하는 <The Living Daylights>의 배경으로 쓰인 거대한 스케일의 건물의 본래 용도가 가스 저장소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 묵직한 모습의 과거 거대 가스 저장소
1896년 비엔나 당국은 가스 전기 시설물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이래 유럽에서 가장 큰 가스 공장을 가지게 되었다. 4개의 이 거대하고 묵직한 가스 저장소들은 벽돌 파사드로 둘러싸여 각각 약 230 피트 높이에 직경 197피트와 3백만 입방 피트 이상의 저장 공간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1984년에 도시가 천연 가스를 채택하는 바람에 석탄 가스 저장소는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약 백여 년 만에 저장소는 해체되었지만, 1981년에 유산으로 분류되어 철거는 피할 수 있었다. 4개의 거대한 가스 탱크 만이 남아있게 된 공장은 빈 공간으로 방치되면서 이 즈음에 몇몇 영화의 배경으로 쓰이기도 했다. 당국은 이 놀라운 구조의 가치에 눈을 돌려 1992년에 이 유산물을 어떻게 재활성화시킬지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공모했다. 그 결과, 1999년과 2001년 사이에 Jean Nouvel을 비롯한 세 명의 건축가(Coop Himmelb(l)au, Manfred Wehdorn, and Wilhelm Holzbauer)가 이 탱크들을 탈바꿈시켰다.
▲ 멀티플렉스 기능을 지닌 현재 모습
오직 벽돌 벽돌 외부와 지붕 만을 남긴 채 이후 615채의 새 아파트와 학생 기숙사, 사무실, 멀티플렉스, 70개의 상점, 식당, 바와 카페, 이벤트 홀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가스저장소는 풍부한 주거지와 다양한 기능의 목적지를 지닌 특별한 시티 센터를 형성한다. 그 까닭에 심리학, 도시 계획, 저널리즘과 건축 분야 등에서 수많은 논문의 주제거리가 되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국민 대다수가 마다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유연한 언어유희를 사용해 강행하지만, 예술과 환경 관련 분야에서는 유독 보이지 못하는 행정부의 그러한 면모가 비교적 부조리해 보인다. ‘돈 먹는 하마’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 후세 처리에 대해서 탈도 많았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2조원을 들여 지은 10개의 경기장 중 흑자를 낸 곳은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 뿐으로, 각 지방의 경우 280억원의 운영적자를 냈다.
최근 유치 성공을 이루어낸 평창 동계올림픽만 해도 벌써부터 그 역효과에 대한 근심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 중 흑자를 낸 곳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적자 올림픽’으로 대표되는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은 당시 조직위는 2,8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은 100억 달러에 달하는 ‘빚더미’를 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만은 잘못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과거를 바로 새겨, 무조건 엎고 새로 만들기 보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을 발휘해 현명한 활용법을 모색할 수 있는 장밋빛 전망들이 현실화되기를 바란다.
Reference via
http://inhabitat.com/gigantic-coal-gasometers-transformed-into-thriving-communities/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5404
http://boddarinews.tistory.com/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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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유럽의 사고방식 중에 좋은 것이, 전통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거에요. 100년 전에 깔아둔 보도블럭을 여전히 두고, 200년 전에 지은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등등, 그런 사례는 유럽에 굉장히 많은 거 같아요. 반면 우리나라는 있는 한옥 없는 한옥 다 부수고 이제 서울에 있는 한옥마을도 부수려들어서 외국인이 반대서명을 하게 두는 거 보면 참...할 말이 없더라구요ㅎㅎ 저는 무엇보다도 가스공장 개조한 거 위에서 찍은 사진이 너무 멋있는 거 같아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도 예술이지만, 기존의 용도에서 틀을 깨고 변용하는 능력도 예술인 거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조건 '재'자 들어가면 헌 것 취급해버리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는...기사 잘 보았습니다 :)